시즌을 10경기 남짓 치른 시점에서 성패를 논한다는건 보통은 섣부른 일이다. nba라는게 겨우내 순위싸움하면서 최적화를 완성하여 봄에 빵 터뜨리는 거니까, 아직 겨울 초입에 들어갈랑말랑하는 이 시점에서 이러니저러니 해봐야 설레발 밖에 안되는게지. 허나...
포틀의 올시즌은 경우가 좀 다른데 우선은 스케줄 때문이다. 지난 2시즌간 후반기에 대반전을 일으키며 플옵에 진출한건 스토츠 감독의 용병술과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원기를 회복한 릴라드의 맹활약에 힘입은 바 크지만 막판에 평탄한 스케줄도 단단히 한몫했다. 그러나 올시즌은 오히려 초반에 평탄한 반면 막판에 정말 빡세다. 마지막 10경기 중 원정이 7경기. 해서 초반에 최대한 벌어놓아야 플옵 레이스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사람들이 처음 스케줄 나왔을 때 이구동성으로 얘기들을 했었다. 그런데 11경기 중 10경기가 홈인 기간에 4승5패로 스케줄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저러는지...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또다른 이유는 경기력이다. 경기를 보면서 계속 느끼는게 팀플레이가 뭔가 유기적이지 않고 박자가 맞질 않는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는 실드도 못 치는게 지난시즌 로스터에서 크랩 떠난거 외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시피 하다. 연속성(continuity)에서 타팀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질 거라고 다들 예측했고 그점을 앞세워 초반에 치고 나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 너키치가 봄의 그 너키치가 아니고 릴라드도 기복이 심하고 그나마 활약하던 아미누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가 있기는 하나, 그걸 감안해도 지금의 경기력은 이건 뭔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래도 지난 2시즌처럼 어찌어찌 후반기에 반등해서 플옵 하위시드를 받는다고 하자. 1라운드 탈락이 거의 확실할테고, 작년처럼 운이 좀 따라줘도 2라운드가 한계겠지. 그럼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까. 지금의 리빌딩도 3년차에 접어들었다. 페이롤은 사치세 라인을 넘겼고, 코어인 릴맥도 20대 중후반으로 한창 때를 맞이했다. 어린 나이와 성장을 논할 시기는 지났고, 이제는 win now, 즉 성적을 내야 할 때가 왔다. 그런데 1라운드 광탈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면? 지금 팬들의 분노는 단순히 한두 경기 못해서 그러는게 아니라 현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성적 부진을 놓고 스토츠 감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데 나는 이게 꼭 스토츠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브루클린전에서 어설프게 스몰 맞대응하다 자멸한 운영은 분명 비판받을 소지가 있으나 큰그림은 여전히 잘 짜는 편이라고 본다. 진짜 문제는 로스터 구성 그 자체다. 코어인 릴맥은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한데다 포지션도 비슷하고, 둘을 받쳐줘야 할 윙과 빅맨들은 양은 많지만 믿을 만한, 즉 꾸준하게 제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가 단 한명도 없다. 첫해엔 그나마 가성비라도 좋았지만 16년 여름의 페이롤 폭발로 그마저도 사라졌고.
항상 얘기하지만 감독이 있는 재능을 망칠 수는 있어도, 없는 재능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주어진 자원을 정말 잘 뽑아먹는 스토츠조차도 이제는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물에 그밥으로 돌려막는 것도 정도껏이지... 앞서 연속성을 언급했는데 지금 구성으로 벌써 3시즌째다. 올셰이는 자신의 안목을 믿고 내부 성장을 기대했겠지만, 기억해야 할건 지금 주력의 다수가 이미 타팀에서 한번 포기한 자원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전팀보다는 훨씬 잘 써먹고 있긴 하나 이전팀에서 포기한건 그만큼 실링이 높지 않다는 얘기기도 하다. 정크본드를 사서 가치를 불린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걸 다른 자산으로 제때 바꾸지 않고 거기에 안주해버린게 올셰이의 패착이 아닐까. 다시 생각해도 15년 리빌딩 첫해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게 결국 독으로 작용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3-14 피닉스처럼...
그래도 가장 손쉽게 비난의 표적이 되는건 감독일 수 밖에 없으니, 계속 애매한 성적이 이어진다면 아무래도 스토츠의 자리가 위태로워질 공산이 크다. 뭐 지금도 위기론이 슬슬 제기되고 있기는 한데... 감독만 바꿔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냥 탤런트 레벨이 딱 그 정도인 것을. 지난 몇년간 큰 실책을 잇따라 저지르고도 능수능란한 언변과 미디어 친화적인 행보로 비판의 예봉을 교묘히 피해간 올셰이지만 폴 앨런이 이런 답보 상황을 언제까지 참아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다음시즌까지 1라 광탈을 못 면하면 완전히 판을 갈아엎는게 맞다고 보는데, 올셰이와 그의 페르소나인 릴라드의 입지가 워낙 탄탄하다보니 죽도 밥도 아닌 채로 그냥 끝까지 갈듯ㅋ
이러나저러나... 포틀랜드는 중위권이 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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