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zer's Edge

초반 감상

chalupa 2018. 11. 14. 01:10


어느덧 시즌의 10% 이상을 소화했다. 릴라드 시대 들어서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는데 지금의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



* 세컨 유닛의 약진 - 약점에서 강점으로 


놀런 스미스와 룩 배빗이 나오던 시절부터 포틀의 벤치는 줄곧 약세를 면치 못했다. 현 체제 들어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스토츠 감독은 48분 내내 릴맥 둘중 하나는 반드시 코트에 있도록 출전 시간을 배분해왔다. 릴맥 둘다 빠지면 득점에서 답이 안 나오니까. 보조 핸들러 역할을 기대하고 데려온 터너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맬 뿐이었고. 


그러던 상황이 올시즌 개막과 함께 크게 호전되었다. 바닥을 찍던 벤치 생산성이 상위권에서 노는 중이고,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특정 선수 1,2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세컨 유닛 전원이 고르게 활약한다는 점이다. 치른 경기 수가 2자리가 된 지금까지 선전을 이어가는 걸 보면 일시적인 플루크는 아닐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근 10년간 고질병이었던 세컨 유닛이 어떻게 이렇게 한순간에 강점으로 변한 걸까. 그 답은 로테이션 운용 방식의 변화에 있어 보인다. 


올시즌의 포틀 벤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터너 맞춤형'이다. 우선 기존에 세컨 유닛을 이끌던 맥컬럼의 출전 시간을 릴라드와 동기화(...)시키고 터너에게는 보조가 아닌 메인 핸들러로서 전권을 주었다. 터너 외에 나머지 4명을 좋은(바꿔 말하면 상대가 신경을 써야 하는) 스팟업 슈터로 채우고 코트를 넓게 벌려서 터너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세스 커리, 닉 스타우스키스, 잭 콜린스 모두 자력으로 득점을 만들 수 있는 동시에 오픈된 동료를 봐줄 수 있는 시야를 가지고 있다. 터너의 이니시가 막히더라도 계속 공을 돌리면서 득점을 노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 결과가 현재 세컨 유닛의 높은 생산성이다. 골칫거리였던 터너는 본인이 가장 잘 나가던 보스턴 시절과 거의 흡사한 스탯을 찍으며 성공적으로 세컨 유닛을 이끌고 있다. 


잭 콜린스의 성장도 눈에 띈다. 사실 콜린스는 현대 농구에서 빅맨에게 요구되는 대부분의 툴을 갖췄다. 림 프로텍팅 능력(특히 수직 자세 유지), 퍼리미터를 커버할 수 있는 기동력, 외곽 점퍼, 골밑에서의 적당한 득점 기술 등... 거기에 센스가 좋다. 경기를 보다 보면 콜린스가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위치에 나타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센스로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아마 이 점이 마이어스와 가장 결정적인 차이일 것이다. 다만 콜린스의 바디가 아직 완성되지 못한 상태이고, 지난 시즌 후반부의 활약도 에드 데이비스라는 든든한 보디가드 겸 멘토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므로, 콜린스 혼자 활약하기는 무리라는 게 중론이었다. 실제로 서머리그와 프리시즌에는 별로 인상적이지 않기도 했고. 


허나 막상 본게임을 시작하고 보니 홀로서기를 넘어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특히 수비에서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골밑과 외곽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유일한 빅맨이기에 가치가 더욱 높다. 힘 좋은 상대가 백다운으로 밀고 들어오면 여전히 버겁지만, 외곽 위주에 빠른 페이스의 요즘 트렌드에서는 정통 포스트업 공격이 주가 되기 힘들 뿐더러 적극적인 헬핑으로 버틸 만하다. 아직까지는... 사실 오프시즌에 걱정했던 부분은 공격에서의 기여였는데, 데뷔 시즌에도 스팟업 3점과 컷인, 풋백 등 공 없는 움직임을 통해서 쏠쏠하게 득점을 올린 반면 본인이 공을 쥐고 뭔가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포스트업을 시켜봤지만 힘이 부족해 백다운하다가 수비수에게 도리어 튕겨나오기 일쑤였고. 그러나 올시즌에는 스핀 무브로 골밑까지 가는 길을 곧잘 만들고 있다. 스몰볼 5번으로 세울 사람이 마땅치가 않아서 그동안 참 골칫거리였는데 - 너키치로는 상대 스몰볼-스트레치 5번에 대응이 안 되고, 아미뉴에게 앵커 롤은 맞지 않는 옷, 나머지는 뭐... - 콜린스가 생각보다 빨리 크면서 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 더군다나 너키치가 여전히 경기력 기복이 심하고 활용이 제한적이라 클로징 라인업에 콜린스를 투입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 뉴올과의 플옵에서 그랬듯이...


세스 커리와 닉 스타우스키스도 쏠쏠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네이피어와 코너튼도 좋은 슈터였지만, 커리와 스타우스키스는 이들보다 더 윗급의 슈터들이다. 커리야 집안 자체가 슛으로 정평이 나있고, 스타우스키스도 대학 시절 전미에서 손꼽히는 슈터였다. 크랩 이후 드디어 오픈만 되면 편안하게 포물선을 지켜볼 수 있는 슈터를 갖춘 것이다. 그것도 둘이나.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이 둘다 스팟업에만 그치지 않고 돌파 후 킥아웃이나 2대2 전개도 가능한 가드들이라 더욱 가치가 있다. 물론 피지컬의 한계로 수비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전임자들도 평균 이상의 수비수는 아니었고, 현재 트렌드가 수비보다는 공격에 방점이 찍히고 있어서 아직까지 크게 티가 나지 않는 편이다. 모자라는 부분은 터너와 콜린스가 잘 채워주고. 


문제는 4번인데, 처음에는 하클리스가 콜린스, 터너와 좋은 시너지를 내면서 기동성에서는 스타팅보다 나은 프론트 라인을 구축했는데 아쉽게 무릎 부상으로 몇경기 나오지도 못하고 이탈해버렸다. 이후에는 그때그때 상황을 봐가며 돌려막고 있다. 마이어스 레너드, 케일럽 스와너겐이 주로 나오는데, 둘다 붙박이로 쓰기는 애매한 감이 있다. 레너드가 상대적으로 더 나은 건 분명하지만, 한계가 워낙 뚜렷한지라 제한적으로 써야만 탈이 안 나는 친구라서... 스와너겐은 에드를 연상시키는 허슬을 보여주지만 그것만 가지고 헤쳐나가기에는 nba의 벽이 너무 높다. 허슬 외에 다른 무기가 없다면 발도 느리고 높이도 낮은 스와너겐이 리그에서 살아남기는 어렵다. 아무튼 하클리스가 복귀할 때까지는 지금처럼 임기응변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 트렌드 쫓기 - 3점 비중 up, 페이스 up


3점슛이 도입된 이래 그 비중은 꾸준히 높아졌지만, 모리볼이 보편화되면서 흐름이 더욱 빨라졌다. 몇년 전만 해도 경기당 3점 시도가 30개가 넘는 팀이 드물었지만 이제는 절반 이상의 팀이 경기당 30개 이상의 3점을 던지고 있다. 경기 페이스 또한 80년대를 방불케 하는 수준으로 빨라졌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페이스&스페이싱의 보편화, 3점슛 증가에 따른 롱 리바운드의 증가, 세컨 찬스시 샷클락 단축 등. 


포틀랜드도 이러한 트렌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시즌 전에 스토츠 감독이 강조한 대로 페이스가 올라갔고, 3점 시도와 성공 또한 상당히 증가했다. 다 같이 올라가는 터라 상대적인 순위는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긴 하다. 그래도 속공 득점이 올라가는 등 정적인 면은 많이 줄어든 느낌. 



* etc


- 개막 이전의 우려와 달리 수비 지표가 상당히 좋게 나오고 있다.(11/14 현재 DRTG 6위) 드랍백이라는 기본 골격은 유지하지만 세부적으로 약간 손을 보았다. 전보다 빅맨이 약간 밖으로 나와서 가드와 더불어서 볼핸들러에게 압박을 강화하고 2차로 오는 헬프도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다만 지난 플옵에서 미로티치에게 처절하게 털리면서 드러난 스트레치 5번에 대한 대처는 여전히 불안하다. 지금 콜린스 말고는 대안이 없는 수준인데, 콜린스도 아직은 신인 티를 다 벗지 못한 상태라서... 


- 릴라드는 더 성숙해진 느낌. 리더로서 나설 때와 동료들을 밀어줄 때를 잘 조절하고 있다. 벤치의 분전 덕에 전시즌보다 3분 정도 덜 뛰면서도 비슷한 볼륨 스탯을 유지 중이고, 비율 스탯은 커리어 하이급이다. 자삥 스킬도 물이 오른 듯하고. 


- 반면에 맥컬럼은 조정기를 겪고 있다. pg반, sg반에서 sg 전업으로 바뀌었는데, 득점력 자체는 검증이 끝난 선수라서... 지금의 로테이션에 익숙해지면 봄이 올 즈음에는 적응이 완료될 것으로 본다. 골밑 마무리에서 많이 헤매는 부분은 아쉽다. 


- 지금까지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릴라드 시대 들어서 가장 안정적인 팀을 꾸린 듯하다. 이긴 경기는 대체로 수월했고, 진 경기는 3경기 모두 쉽게 진 경기가 없었다. 워싱턴전은 많이 아쉬웠지만... 시즌은 길고 분명 여러 번의 고비가 찾아오겠지만 지금의 안정감이 쉽게 흔들릴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이 팀은 결국 플옵에서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이고, 그전까지는 저평가 아닌 저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플옵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한다. 뉴올에게 스윕을 당하자 시즌 후반 파죽의 13연승은 완전히 잊혀진 것처럼. 레이스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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