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zer's Edge

1라운드 소감

chalupa 2016. 5. 2. 18:52


이번 클리퍼스와의 시리즈는 크게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 1차전 완패

2) 조정에 들어간 2차전부터 폴과 그리핀이 부상으로 아웃된 4차전 후반까지

3) 예상과 달리 힘겨웠던 시리즈 마무리






1)


트랩(trap), 블리츠(blitz) 등.. 표현하는 단어가 여럿이고 뭐 각각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좀 다를 수는 있겠으나 결국 기본 개념은 픽앤롤 상황에서 볼핸들러에게 수비수 둘이 순간적으로 강하게 압박을 넣는 것이다. 볼핸들러에게서 턴오버가 나오면 베스트고, 그렇지 않더라도 첫 패스가 매끄럽게 나가지 못하고 오펜스의 세팅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첫 패스가 들어가도 순간적인 4대3 상황에서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면 수비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셈이다. 1차전부터 클립은 트랩을 수비의 메인 테마로 들고 나왔고 그것은 성공적이었다. 사실 1차전부터..라는건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규시즌에도, 아니 이전부터 닥 리버스가 릴라드를 상대할 때는 항상 이런 식의 수비를 들고 나와서 재미를 봤으니 말이다. 


릴라드가 득점 능력으로 리그에서 성공하고 있으나 엘리트급 수비를 상대로는 기를 펴지 못했다. 커리어 성적을 봐도 가드 수비가 좋은 팀들 상대로 죽을 쒀왔다. 최근 4시즌간 강팀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올랜도 상대로 처참한 성적을 낸 것도(야투 31.9%, 3점 16.7%) 빅터 올라디포나 엘프리드 페이튼 같은 좋은 수비수들이 버티고 있는 영향이 아닐까. 가드 수비가 극강인 보스턴 상대로는 그말싫 수준이고.. 데임의 강점은 shooting range이지 볼핸들링이나 패스 능력이 뛰어난건 아니기 때문에, 트랩이든 뭐든 앞선에서 강한 압박으로 3점슛만 최대한 견제해버리면 그 다음부터는 대처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패스가 나가도 타이밍이 늦기가 일쑤고, 수비 사이를 찢고 돌파를 해도 마무리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물론 돌파가 루키 시절에 비하면 많이 늘었으나 자세히 보면 스피드를 활용해서 헬프가 들어오기 전에 미리 올려놓는 식으로 재미를 보는거고 헬프가 제 타이밍에 들어오기만 하면 마무리가 안 되거나 블락당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디조던처럼 높이와 기동력을 겸비한 림 프로텍터를 만나면 거의 재앙 수준이고.. 후반기 들어서 아미누나 하클리스를 담당한 수비수가 새깅하고 릴라드와 맥컬럼의 돌파에 더 신경쓰는 장면이 자주 나온건 상대팀에서 분석한 결과가 반영된 것이리라. 


사실 이런 얘기가 팬 베이스 내에서 하루 이틀 나온게 아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크게 부각되지 않은 이유는 1)릴라드가 1옵션이 아니었고, 2)정규시즌 중에는 릴라드의 이러한 약점을 후벼파는 팀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장기 레이스이고 매경기 상대팀이 바뀌는 정규시즌에는 대개 한팀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팀과 계속 붙는 플옵으로 오면 얘기가 다르다. 휴스턴..이야 당시 플옵 진출팀 중에 수비가 바닥을 다퉜으니 넘어가고, 이후에 샌안과 멤피스는 트랩을 동반한 강력한 압박으로 릴라드를 무력화시켰다. 


얘기를 다시 지금으로 되돌리면, 1차전에서 클립은 '그동안 하던대로' 계속 릴라드에게 트랩을 걸었다. 엘리트 수비수인 폴과 디조던의 협공에 릴라드가 턴오버를 연발했고, 나머지 선수들은 큰무대에서의 첫경기, 그것도 원정이라는 압박을 이겨내기에 너무 경험이 없었다. 수비에서도 '그동안 하던대로' 폴에게 털리고 온종일 스크린 타고 돌아니는 레딕에게 털리고 1대1로 농락하는 자말에게 털리고.. 초장부터 부상을 안고 돌아온 그리핀이 골밑을 털어버리면서 분위기가 잡혔고(set the tone) 그걸로 끝이었다.  




2)


1차전이나 2차전이나 겉보기엔 똑같은 20점차 대패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분명히 달랐다. 플럼리가 언급했듯이 2차전부터 시리즈는 분명 달라졌다. 수면으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스토츠 감독이 이전 플옵에서는 대처가 늦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지체없이 바로바로 조정에 들어갔다. 


여러 조정이 있었지만 핵심은 트랩에 대한 대처였다. 릴라드가 무리하기보다 트랩이 들어오면 바로 첫 패스를 플럼리에게 넘기고 순간적인 4대3 상황을 플럼리가 조율하도록 한 것이다. 센터치고 괜찮은 볼핸들링과 패싱 센스를 갖춘 플럼리는 연결고리(linker)로서 제격이었다. 그 결과 1차전에서 단 하나의 어시스트도 없던 플럼리가 나머지 5경기에서 3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여기에 더해 3차전부터는 픽앤롤의 위치를 좀더 끌어올려서 릴라드가 숨쉴 공간을 확보했고, 페이스를 더 올려서 되도록 상대가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공격을 진행하는 것도 추가했다. 이런 조정들을 통해 릴라드가 계속 헤메는 와중에도 조금씩 길을 찾아갔고, 슛터들의 집나간 슛감이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면서 공격에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수비에서의 조정도 중요했다. 폴 수비를 하클리스에게 맡기고, 릴라드를 득점력이 제로에 가까운 음바무테에게 붙였다. 물론 매치업을 바꿨어도 폴이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땀을 흘리게 만드는 효과는 있었고, 더 중요한 소득은 릴라드의 수비부담을 줄였다는 점이었다. 또한 오프볼 무브가 좋은 레딕에 대한 압박도 더욱 강화했다. 맥컬럼이 좀더 열심히 따라다니고 다른 선수들도 레딕이 스크린 타고 돌아나올때 좀더 견제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바로 조정에 들어갔음에도 3점이 전혀 안 터진데다 세컨유닛 대결에서 압살당하는 바람에 2차전도 대패를 당했지만, 릴맥과 플럼리 3인이 하드캐리하면서 3차전을 잡아냈고, 4차전에서도 그동안 침묵하던 아미누와 크랩의 외곽이 불을 뿜으며 3쿼터 중반까지 미세하게나마 리드를 잡아나갔다. 그런데... 



 

3)


폴과 그리핀의 잇따른 전선 이탈로 인해 시리즈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팀의 핵심을 부상으로 잃어버린 클리퍼스 팬들에게 늦었지만 위로를... 남의 불행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뒤로는 웃음을 삼키는게 인간이지만 대부분의 포틀 팬들은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았을거 같다. 부상으로 우리팀 선수를 잃는다는게 어떤건지 그동안 뼈에 사무치도록 느껴왔기 때문에.. 


폴과 그리핀이 이탈한 순간부터 시리즈가 포틀랜드 쪽으로 기운건 분명하다. 이후 둘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으니.. 시리즈 결과에 대해 if가 붙는건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를 가져간게 순전히 폴과 그리핀의 부상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만약 지난 2번의 시리즈처럼 3차전마저 맥없이 내주고 0-3인 상황이었다면 그런데도 포틀랜드가 올라갔을까. 폴과 그리핀의 부상이 시리즈의 향방을 가를만한 상황까지 몰고온건 온전히 포틀랜드의 공이었다. 2연패 후에 3차전을 잡고 4차전에서도 두 선수가 이탈하기 전까지 리드하고 있었다. 모멘텀은 포틀랜드에게 있었다. 그게 팩트고 그 다음은 if의 영역일 뿐이다. 솔직히 시리즈가 그대로 갔다면 4차전을 잡았어도 결국은 클립이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지만 어쨌든... 


폴과 그리핀의 시즌아웃이 발표되고 모두들 이제 시리즈가 끝났다고 했고 나조차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5,6차전 모두 4쿼터까지 가서야 승부가 결정되었고, 특히 마지막 6차전은 종료 32초전까지 동점이었다. 플럼리의 자유투가 시리즈를 종결지을줄 누가 알았겠는가.. 마지막까지 투혼을 불사른 오스틴 리버스와 클리퍼스 선수들을 respect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언더독에 익숙한 포틀랜드 선수들에게 5,6차전을 favorite(대회에서 상대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많아 내기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선택되는 경주마 또는 클럽 등을 일컫는다. 언더독과 비교)으로서 치른건 앞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시몬스 걔 어떠냐 -> 응 플옵 경쟁권

그래도 픽이 더 중요.. -> 응 플옵

플옵 간게 어디야.. -> 응 2라운드 


베가스 26.5승부터 시작해서 2라운드 진출까지 실로 놀라운 여정이었다. 진짜 이렇게까지 모든 예상을 철저히 깨부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대단한 시즌이었다. 그에 따른 respect과 관심도 충분히 받았고 말이다.(맥컬럼 MIP, 스토츠 COY 2위 등) 앞으로 몇경기를 더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룬 것에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경쟁(compete)하길 바라며.. NEVER DOUBT, RIP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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