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낡은 규정, 엿장수 맘대로인 적용

chalupa 2018. 10. 18. 21:35


nba는 코트에서 벌어진 언쟁에 대해 벤치 선수가 개입할 경우 다음과 같이 징계한다. 


http://official.nba.com/rule-no-12-fouls-and-penalties/#fightingfouls


During an altercation, all players not participating in the game must remain in the immediate vicinity of their Violators will be subject to suspension, without pay, for a minimum of one game and fined up to $50,000


altercation(언쟁, 말다툼) 중에 게임에 참가하지 않은 모든 선수들은 자신의 바로 근처에 그대로 있어야 하며, 위반한 사람에게는 최소 1경기의 출장정지(연봉 지급 없음) 처분과 최대 5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http://www.nba.com/analysis/rules_history.html

altercation 중에 벤치를 벗어난 선수에 대한 징계는 77-78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벌금을 100달러에서 150달러로 올린다는 내용으로 보아 그 이전에도 징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몇번의 상향(?)을 거쳐 94-95시즌이 되면 현재의 징계 수준에 이른다. 



대중에게 이 규정을 각인시킨 케이스는 아마도 07년 서부 2라운드 피닉스-샌안 4차전일 것이다. 



당시 altercation 상황에서 '금을 넘은' 스타우더마이어와 디아우는 1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고, 2승2패 상황에서 이는 피닉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5차전은 피닉스 홈이었기에 더더욱... 07년의 사실상 파이널이었던 시리즈는 허무하게 결판이 나고 말았다. 



사실 규정을 도입할 당시의 의도는 좋았다. 리그 초창기에는 거친 몸싸움과 주먹다짐이 일상다반사였고, 세월이 흐르면서 대놓고 주먹질을 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90년대 중후반까지도 '터프가이'들의 난투극은 심심찮게 벌어졌다. 90년대 후반 닉스-히트의 컷 스로트 시리즈라던가... 이런 분위기에서 벤치까지 끼어들면 수습 불가일테니... 리그 차원에서 신경질적이리만치 강경하게 대처할 이유는 충분했다.


그러나 현재의 nba는 '소프트'해졌고, 코트는 더 이상 투기장이 아니다. 물론 시비가 붙는 경우는 많지만 거의 대부분은 약간의 혀놀림과 밀치기, 삿대질 정도로 마무리된다. 옛날 모리스 루카스처럼 코트 위에서 리얼 복싱을 했다가는... 바로 퇴출되지 않을까. 


이렇게 시대가 변하면서 규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정작 코트에서 언쟁을 한 당사자들은 몇마디 주고 받다가 더블 테크로 퉁치고 넘어가거나 잘해야 추가 징계 없는 퇴장 정도로 끝인데, 벤치에 있는 선수는 언쟁에 끼어들지 않았는데도 '금을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최소 1경기 출장정지라는 더 무거운 징계를 받는 부조리가 생긴 것이다. 아니... 굳이 형평성까지 논하지 않더라도, 그냥 금만 넘으면 무조건 출장정지라는 규정 자체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개입 정도에 따라 처벌도 달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가장 최근의 사례는 바로 지난 시즌에 있었다. 


- 10초쯤에 맥컬럼이 들어왔다가 곧바로 나간다.


프리시즌 경기였지만 리그는 '엄정하게' 규정을 적용하여 맥컬럼에게 '정규시즌' 1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다. 때문에 맥컬럼은 17-18시즌 개막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 개막전 상대가 다름 아닌 피닉스였다는 사실은 흔히 마주하는 아이러니일까... 한편 시비가 붙었던 렌과 스와너겐은 어땠을까. 둘은 더블 테크를 받고 퇴장당했다. 다만 퇴장 외에 추가 징계는 없었다. 


당시에도 맥컬럼에 대한 징계가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징계 자체에 대해서는 수긍했다. 맥컬럼이 규정을 어긴 건 사실이고 실제로 규정을 위반해서 징계가 가해진 사례도 있으니까 말이다. 컬럼이가 실버 총재와 단독 인터뷰를 여러 번 할 정도로 친분이 있는데도 가차없이 징계가 나오길래 오히려 친분이 있다고 사정 봐주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 15초쯤 커리와 커즌스가 '금을 넘어온' 모습이 잡힌다. 그 즉시 코치가 와서 둘을 물러나게 했고, 커 감독도 둘에게 주의를 준다.


관련 기사

https://ph.news.yahoo.com/sources-stephen-curry-avoid-suspension-stepping-court-dead-ball-situation-164447905.html


거의 똑같은 상황에서 사무국의 판단은...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이유는 당시 상황이 'altercation'이 아니라는 것이다. 쿡이 약간 하드파울을 하자 스티븐슨이 팔을 휘두르면서 둘이 엉겨붙었고, 즉각 심판과 다른 선수들이 달려와서 말렸다. 그런데 저게 altercation이 아니다? 그럼 왜 골스 코치는 황급히 달려와서 코트에 발을 들인 커리와 커즌스를 물러나게 하고, 커 감독은 주의를 주는 제스처를 했을까. 아무 상황도 아닌데... 참고로 스티븐슨은 테크니컬 파울을 받음과 동시에 퇴장당했다. 쿡은 별다른 페널티가 없었고. 


altercation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 언쟁, 말다툼, 논쟁. 

- noisy argument or disagreement



비슷한 사례는 지난시즌 파이널에도 있었다. 1차전 종료 직전에 트탐과 드그린의 '언쟁' 당시에 러브가 사이드 라인을 넘어온 상태였지만, 사무국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커리/커즌스도 마찬가지 경우다. 정규시즌 경기긴 해도 개막전은 시즌 출발을 알린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데 그런 중요한 자리에 커리가 안 그래도 말이 많은 규정 때문에 징계를 받아 못 나오면 여러 가지로 모양새가 빠지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어물쩍 뭉개고 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킹리적 갓심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ㅎㅎ 커리가 아니라 예렙코나 데미언 존스였어도 그냥 넘어갔을까? 정말?


지금의 규정은 시대 상황에 맞지 않게 되었고 분명 손질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규정이 타당한가?와 규정이 공평하게 적용되는가?는 다른 문제다. 흥행에 관계없으면 '규정대로' 하다가, 흥행에 지장이 있을 거 같다 싶으면 그냥 나몰라라 해버린다면 누가 리그를 신뢰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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