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zer's Edge

가지 않은 길

chalupa 2015. 7. 15. 01:08


I used to love him, but now I don't



알드리지가 떠났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구축된 팀도 사라졌다. 과거에서 넘어온 유산 3인에 릴라드와 로페즈가 가세하여 완성된 이팀은 2시즌 연속 50승 이상을 거뒀고 NW디비전 우승 배너를 획득했으며 무엇보다도 14년만에 처음으로 팬들에게 2라운드 구경을 시켜줬다. 알드리지를 축으로 한 스토츠 감독의 free flowing 오펜스는 스타팅5의 끈끈한 케미와 탁월한 spacing을 무기로 매경기 아름다운 농구를 팬들에게 선물했다. 13년부터 15년에 걸친 캠페인은 블레이저스 역사에 빛나는 순간으로 한 페이지를 차지할 권리가 충분하다. 


그러나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다. 심장이 사라졌는데 팔다리가 온전히 붙어있을리가.. 바툼은 샬럿으로 트레이드, 매튜스는 댈러스행, 로로는 뉴욕행, 마지막으로 알드리지는 샌안토니오행을 선택하여 지난시즌 주전의 4/5가 사라졌다. 작년 로테이션 멤버 중에 남아있는 선수는 아직 루키계약 중인 릴라드, 레너드, 맥컬럼 뿐이다. 포틀랜드는 완전히 리빌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알드리지가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포틀랜드에서 대접받지 못했다고 느껴서? 로이가 에이스였던 시절에는 불만을 가질 수 있었겠지만 로이가 무너지고 알드리지가 리더로 자리매김한 후에는 딱히 소홀하게 대접한 적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프랜차이즈 기록의 이정표를 세울 때마다 빠짐없이 챙겼고, 오프시즌의 주요 미팅에 앨런 아저씨가 직접 참석해서 성의를 보였다. 로이 시절의 서운함을 지금까지 가져왔다기엔 너무 오래전 일이고.. 2옵션인 릴라드의 hype이 너무 커지면서 불만이 생겼다는 추측도 있지만, 구단에서 애써 잡아놓은 미디어 노출에 소극적인건 알드리지 본인이었다. 오프시즌의 상당시간은 텍사스가 아니라 LA에서 보냈으니 가족이나 고향이 결정적인 이유라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반지'다. 더 푸른 초원(greener pasture)으로 보이는 곳들이 눈에 들어왔고 알드리지는 그중 가장 푸르게 보이는 곳으로 떠난 것이다. 계약 내용을 보면 돈은 최우선순위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돈도 중요시했다면 1+1 또는 2+1 식으로 갔을텐데 4년(3+1)을 채웠으니.. 맥시멈 꽉꽉 채웠으면서 무슨 소리냐고 할수도 있지만 지금 시점을 베이스로 잡고 4년을 때린거 자체가 이미 엄청난 디스카운트를 한거다. 


알드리지의 'the decision'은 그의 당연한 권리이며 누구도 거기에 간섭할 수는 없다. 다만 나로서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뿐.. 포틀랜드에서 앞으로 5년을 더 보낸다면 심각한 기량저하나 치명적인 부상이 없는한 드렉슬러, 월튼과 함께 블레이저스 역대 최고의 프랜차이저를 다퉜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게다가 팀을 떠난 여타 프랜차이저들과 달리 원소속팀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처지에 놓인 것도 아니었다. 점점 더 빡세지는 서부에서 2년 연속 50승을 넘긴 실적이 이미 있는데다,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기존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알드리지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것 뿐이었다면 씁쓸하긴 해도 '어쩔수 없는 일이다'라고 치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자신을 서포트한 팬들에 대한 애정이 1g도 보이지 않는 태도는 실망스러웠다. 원래 팬들과의 소통에 소극적인거야 익히 알았지만 달랑 5줄짜리 goodbye letter는...ㅎㅎ 포틀랜드에 알드리지의 절반밖에 있지 않았던 매튜스가 매우 인상적인 작별 편지를 남긴 것과 대비되어 더욱 실망스러웠다. 물론 알드리지는 계약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러나 감정은 별개의 문제다. 물론 그렇다고 모팀 팬들처럼 떠난 사람에게 악담을 퍼붓고 싶지는 않지만, 앞날에 행운이 있길 바란다느니 옮긴팀에서라도 우승하라느니 같은 덕담은 빈말로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전혀. 아마도 드렉슬러가 그랬듯이 알드리지도 떠난 이후로는 포틀랜드를 깨끗이 잊고 새출발할테고, 나도 우리팀 버리고 떠난 선수는 깨끗이 잊고 새로운 시대에 집중하겠지. 


 

블레이저스의 역사를 크게 나누면 1기 월튼(70년대), 2기 드렉슬러(80년대~90년대초), 3기 올스타(또는 jail) 블레이저스(90년대 중후반~00년대초), 그리고 06년부터 지금까지를 4기라고 볼 수 있는데, 이로써 4기가 마무리된 셈이다. 이는 인적 구성만 봐도 분명한데 현재 포틀랜드에서의 경력이 가장 긴게 4년차로 접어드는 릴라드와 레너드다. 이제 4기의 주역들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마침 은퇴한 로이의 5년 맥스 계약도 함게 만료된건 역사에서 흔히 보이는 아이러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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