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컨파가 시작했지만 더 지나면 여운이 날아갈 거 같아서...
- 동이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그런 거였을까. 작년의 치욕적인 스윕, 오랫동안 든든하게 팀을 지원해준 구단주의 다소 갑작스러운 별세, 다시 한번 Nurkic fever를 일으키며 정규시즌을 캐리하던 너키치의 끔찍한 부상. 그리고 그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준 캔터의 부상...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결국은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왔다. 휴스턴을 골스쪽 트리로 보낸 덴버의 설계(?) 덕을 본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컨파는 컨파고, 어차피 1,2라운드 모두 언더독으로서 업셋을 이뤄냈기에 감격할 이유는 충분하다. 포틀랜드는 근 20년 만에 그 모든 부침을 뒤로 하고 드디어 유의미한, 그리고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진짜' 성과를 거두고 있다.
- 시리즈의 전반적인 주도권은 덴버가 쥐고 있었다. 경기 양상을 보면 2차전 외에는 줄곧 포틀이 끌려다녔다. 이 시리즈는 본질적으로 덴버의 프론트코트와 포틀의 백코트, 요키치와 릴라드의 대결인데, 득점을 만드는 난이도에 있어서 덴버가 더 쉬웠기 때문이다. 요키치라는 만능패를 가진 덴버가 안정적으로 득점을 쌓은 반면, 포틀은 릴라드에 대한 압박이 한층 더 거세지면서 야투 하나 넣기가 빡셌다. 맥컬럼과 후드의 분전으로 릴라드의 부진을 메꿨지만 덴버만큼 안정적이지는 않다보니...
하지만 7차전까지 끌고 가서 단판 승부가 되면 그때는 오히려 포틀에 엣지가 있다는 게 dd의 생각이었다. 클러치 상황에서는 요키치보다 릴맥이 더 낫기 때문에. 사실 처음 봤을 때는 긴가민가 했는데, 실제로 7차전은 맥컬럼이 영웅이 되었다. dd의 혜안에 다시 한번 무릎을 탁 치게 된다.
- 요키치는 역시나 상수였지만 시리즈를 정말로 힘들게 만든 건 밀샙이었다. 사실 시즌 막판 원정에서 밀샙에게 이미 한번 제대로 당하긴 했다. 그치만 플옵 와서도 아미뉴가 이렇게 대책없이 털릴 줄은 몰랐다. 캔터 커버치느라 부담이 너무 컸던 걸까. 덴버 공격이 좀 막힌다 싶으면 밀샙이 아이솔로 활로를 여는데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올스타급 베테랑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준 시리즈가 아니었나 싶다. 캔터로 수비를 바꿨다가 5차전은 완전히 망했다. 6차전에 포틀이 콜린스-터너 조합으로 해법을 찾은 후에야 겨우 밀샙을 제어할 수 있었다. 밀샙 역시 좀 지치기도 했고.
가드 싸움은 포틀 우세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결국은 약우세 정도로 귀결이 된 거 같다. 자말 머리한테 호되게 당했고, 바튼도 몇경기 잘했다. 하지만 나머지 가드들 중에는 difference-maker가 없었고, 특히 세컨 유닛의 모리스가 부진했던 게 꽤 컸다.
- 1라운드의 주인공이 릴라드와 캔터였다면, 2라운드는 맥컬럼과 후드였다. 해리스와 크레익은 단단한 수비수지만 1대1만으로 맥컬럼을 끝까지 제어할 수는 없었다. 릴맥을 완벽하게 잡아내려면 기동력과 높이를 갖춘 2선이 필수적인데 요키치와 밀샙이 위협적인 샷블라커는 아니기 때문에.., 후드 또한 미스매치를 잘 공략해내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 1라운드에서 릴라드는 픽앤롤 위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다음 '로고샷'으로 오클 수비를 무너뜨렸다. 1라운드를 지켜본 덴버는 트랩 위치를 하프라인 근방까지 끌어올려 로고샷이 나올 공간을 지웠다. 비어 있는 뒷공간은 밀샙이 로밍을 다니면서 커버했다. 기본적인 콘셉트는 사실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 [일단 릴라드만 무조건 조진다. 나머지한테는 줄건 줘. 아, 맥컬럼은 신경 좀 쓰고] 하지만 기본은 그만큼 검증이 되었기 때문에 기본인 것이다. 로고샷이 사라지자 릴라드의 위력은 많이 반감되었다. 아미뉴와 하클리스는 역시나 스페이싱에 실패(도합 3점 7/33). 다만 크레익/해리스 - 요키치가 즈루-갈매기 급의 압박을 주지는 못했고, 무엇보다 맥컬럼 제어에 실패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 릴라드의 진짜 훌륭한 점은 리더십이 아닐까. 물론 개인 기량도 뛰어나지만, 팀을 하나로 아우르는 리더십이야말로 릴라드만의 특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릴라드의 리더십은 조던 같은 카리스마형 독재가 아니라 먼저 솔선수범해서 동료들을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만드는 타입이다. 마이어스나 터너 같은 애들 플레이하는 거 보면 속에서 열불이 날 법도 한데, 오히려 끊임없이 믿음을 주고 다독여서 뭐라도 하게 만든다ㅋㅋ 릴라드가 리더가 되고부터 별다른 잡음 없이 내부적으로 굳게 단결한 데는 스토츠 감독의 역할도 컸지만 결국은 릴라드의 리더십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본다.
재능 없는 케미스트리는 공허하다. 하지만 모인 재능을 꽃피우려면 케미스트리가 필요한데 이 대목에서의 릴라드는 리그 누구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모자란 재능은 일단 본인의 스텝업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그러면서도 동료들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점이 훌륭하다. 어쩌면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경기에서 동료에게 선뜻 키를 넘겨주는 건 아무나 내릴 수 있는 결단이 아니다. 그렇게 하는 걸 보면서 정말 좋은 리더라고 느꼈다. 물론 맥컬럼이 그동안 보여준 게 있기도 하지만.
- 너키치가 부상 이전의 모습을 되찾을지는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일단 볼핸들러와 빅맨은 경쟁력이 있음을 이번시즌을 통해 증명했다. 하지만 현재 트렌드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윙맨. 10년대 우승팀들을 돌이켜보면 죄다 mvp급 윙맨이 주역이었다. 사실 아미뉴나 하클리스가 터질 때 포틀 경기가 얼마나 잘 풀리는 지만 봐도 답이 보이지 않는가. 그러나 일반적으로 포틀의 윙 자원은 생산성이 낮고, 그마저도 불안정하다. 하클리스가 간간히 싹을 보여주지만, '간간히'로는 불충분하다는 건 이미 바툼을 통해 지겹도록 확인한 바다. 결국 올스타급 이상의 윙맨을 데려오지 않는 한 우승은 요원하다고 본다. 어떻게? 아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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