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제국의 후예 감상문

chalupa 2009. 6. 19. 19:02



  에커트의 '제국의 후예'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인데

  조선 민중들이야 물론 일제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게 일제와 매우 긴밀하게 유착된 조선인 자본가계급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인지 궁금하다.



  3.1운동 이후 일제가 회유책으로 노선을 바꿨지

  그러면서 조선인 상류층을 자기네 제국주의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점진적으로 포섭하기 시작했지

  회사령이 철폐되면서 조선인 지주들이 상공업에 뛰어드는데

  뭐 별다른 노하우도 없던지라 정상적으로는 조선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었지

  결국 총독부의 지원금과 일본회사들의 기술-원료 지원으로 근근히 연명했고

  자립할 정도가 되는건 1930년대 중반이나 되어서야 가능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이 터지면서 이 유대관계는 더욱 강화되는데

  일제의 우산 속에서 조선인 소유의 기업들도 만주라든가 대륙 족으로 진출하게 됨.

  어차피 일본기업과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으니까

  일본기업들이 미처 다 커버하지 못하는 틈새 시장을 노린거라고 할 수 있을듯

  아무튼 전시체제가 되면서 외려 조선인 자본가들은 만주 등지에서 크게 이득을 보고

  경방 같은 회사는 정말 엄청나게 규모가 커졌어.

  웃기는건 만주에 진출한 조선기업의 공장 운영방식이 조선에 진출한 일본기업들의 그것과 똑같았다는거 ㅎ

  뭐 조선에서도 조선기업들이 노동자를 쥐어짜는건 일본기업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지만.



  일제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편입되면서 경제적으로 크게 이득을 봤기 때문인지

  아니면 열등한 식민지 국민인 자기네들을 끼워준게 너무 황송해서인지는 몰라도

  조선인 자본가들은 내선일체에도 꽤나 적극적이었음.

  흔히 쓰는 실드인 '불가항력'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건 조선 민중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기

  자본가층은 일본애들보다 오히려 더 적극적이었는데 뭘 -_-

  2등국민이 될바에야 아싸리 황국신민이 되자는 심산이었던걸까.

  한마디로 'class over nation'

  그때까지 '민족'을 간판에 내세운 몇몇 '자칭' 부르주아 민족주의자들의 계몽운동이라든가 하는게

  일제의 회유책에 놀아난 것에 불과했다는게 태평양 전쟁 기간 동안 확실하게 드러나지


  어차피 일제는 조선을 독립시킨다거나 할 생각이 전혀 없었음. 뭐 당연한 소리긴 하지만..

  그저 조선이 농장의 마름 같은 역할로 이용가치가 있겠다 싶어서 몇놈을 키워준거뿐

  내선일체도 전쟁하는데 인력이 후달리니까 조선에서 최대한 뽕을 뽑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거고..
 
  만주에서는 조선인을 중국인보다 약간이나마 우대해서 둘 사이를 이간시켰지


 
  글이 좀 횡설수설했는데 요약하면

 
  일본애들이 3.1운동에 놀라 회유책을 써서 조선인 중에 상류층을 제한적이나마 좀 키워줬다.

  그리고 일제의 지원을 받아 큰 애들은 민족보다 계급의 논리에 더 충실했다.

  그러므로 일제시대 조선인 자본가들은 제국주의의 피해자가 아니라 반대로 수혜자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