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zer's Edge

컨퍼런스 파이널 단상

chalupa 2019. 5. 23. 01:57


- 예상대로 북산엔딩ㅋ

한마디로 컨파라는 높은 무대에서 역대급 디펜딩 챔프와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이기면 선수의 영광이요, 지면 감독의 무능인 거야 어딜 가나 마찬가지다. 그치만 스토츠가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3경기 연속 역전패를 당하기는 했는데, 바꿔 생각하면 역전 당하는 상황, 즉 리드를 잡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것도 3경기 연속으로. 게임 플랜은 좋았고 실제로 절반 정도는 잘 실행되었다. 끝까지 유지되지 못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가진 패의 끗발과 개수가 달랐기 때문이다. 상대가 일단 에이스 3장 깔고 시작하는데 뭔 수로 이기겠는가. 오히려 중반까지 리드를 잡고 간 게 대단한 거.



- 1,2라운드에서 캔터의 수비가 재평가를 받는 걸 보고 솔직히 쓴웃음이 나왔다. 캔터가 투혼을 발휘하며 기대 이상으로 분전한 건 맞지만, 그외에는 이전과 같은 선수고 약점도 그대로였다. 그 약점이 노출되지 않은 건 포틀이 드랍백으로 잘 숨기기도 했지만, 오클, 덴버의 볼핸들러들 3점이 캔터를 3점 라인까지 끌어낼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브룩이야 말할 것도 없고 나머지 볼핸들러들 또한 3점 능력은 있어도 비거리나 릴리스 속도가 드랍백으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 내였다. 릴라드가 스크린에 걸려도 계속 쫓으면 따라붙을 수 있고, 설령 잠깐 놓치더라도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커리에게는 그런 수가 통하지 않는다. 일단 스크린에 걸려서 한박자 늦는 순간 그걸로 끝이다. 다시 쫓아가려고 보면 이미 공은 그물을 통과한 다음이다. 1차전에서 호되게 당하고 스토츠는 그동안 잘 써먹은 드랍백을 곧바로 포기한다. 커리 상대로는 선택지가 둘 뿐이다. 트랩을 걸거나 스위치를 하거나. 그걸 실행하는 빅맨에게는 반드시 긴 팔과 민첩한 풋워크, 빠른 반응 속도가 있어야 하는데, 캔터와는 거리가 한참 먼 특성들이다. 캔터의 몸상태가 정상이었다면, 공리와 골밑 득점으로 볼륨을 채워 수비에서의 약점을 벌충할 수도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한쪽 팔로만 플레이하는 캔터에게 그런 걸 기대할 수는 없었다. 2차전부터 스토츠는 캔터를 세컨 유닛으로 돌리고 되도록 커리와 만나지 않도록 했다. 컨파에서 캔터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것은 커리가 캔터의 약점을 후벼팠기 때문이다. 라마단 단식이 컨디셔닝에 영향을 주기야 했겠지만, 단식을 하지 않았다고 커리를 커버할 수 있었을까. 한쪽 어깨가 빠진 상황에서 한달 가까이 뛴 선수에게 프로 의식 운운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 이리저리 돌려막아 봤지만 수비에서 근본적인 해법은 없었다 결국. 안으로 몰리면 밖에서 얻어맞고, 밖으로 나가면 안이 뚫렸다. 콜린스는 너무 어리고, 캔터와 마이어스는 굼뜨다. 스몰라인업을 쓰자니 제대로 된 앵커가 없는데다 무지막지하게 공리를 털린다. 드랍백을 쓰면 1차전처럼 게임이 터지니 울며 겨자먹기로 빅맨을 3점 라인으로 올려서 바로 올라가는 3점은 억제했다. 하지만 다음이 또 외통수였다. 둔한 포틀 빅맨들을 제치는 건 커리에게 너무 쉬운 일이었고, 일단 제치면 자동 2점 적립. 돌파를 막으려고 든다? 그린에게 연결하면 그만이었다. 숏 롤 이후 4대3 상황을 그린은 아주 능숙하게 처리했다. 옵션이 너무 많았다. 비어있는 빅맨에게 롭패스를 띄워도 되고, 본인이 직접 레이업 올려놔도 되고, 스팟업 슈터에게 패스를 뿌려도 되고... 3점보다는 2점을 주자는 생각은 이치에 맞다. 하지만 2점을 60% 이상의 확률로 계속 준다면? 게다가 3점도 속공이나 공리처럼 정돈되지 않은 상황까지 다 막을 수는 없었다. 



- 공격도 마찬가지. 릴맥과의 핸드오프, 탑에서 수비 틈새로 커터에게 뿌려주는 패싱, 포스트업 등 너키치를 활용한 옵션들은 스토츠의 오펜스를 다채롭게 만들었다. 너키치가 쓰러진 이후, 다시 예전처럼 릴맥에게 크게 의존하면서 포틀의 공격은 단순해졌다. 그럼에도 컨파까지 진출한 건, 캔터가 골밑 득점으로 볼륨을 채워줬고, 세컨 유닛들이 분전했으며, 릴맥 본인들 또한 그때보다 더 성장했기 때문이다. 오클은 릴라드의 픽앤롤을, 덴버는 맥컬럼의 아이솔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골스의 탐슨-이기-그린 라인은 둘 다 막아냈다. 여기서 활로를 열어줄 3번째 옵션이 너키치인데... 마이어스와 터너도 나름 잘 했지만 너키치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 어느 순간인가는 플로우가 완전히 멈췄고, 거기서 골스에게 생기는 모멘텀은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 언젠가부터 플옵에서 못하면 새가슴이라 비난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글쎄... 그런 식이면 조던 말고 새가슴이 아닌 선수가 있을까 과연? 하긴 노비츠키나 듀란트 같은 선수들조차 우승하기 전까지는 새가슴이라고 비난을 받았으니... 그리고 그런 비난은 컨파에서 스윕당한 릴라드에게도 예외가 없다. 최고 레벨의 무대에서 명전급 선수들에 비해 손색이 있는 건 맞는데, 피지컬과 스킬이 부족할지언정 멘탈이 움츠려 드는 타입은 아니다. 시리즈를 끝내는 버저비터를 2번이나 라이브로 지켜본 바로는 그렇다.   


이번 컨파는 릴라드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큰 쇼케이스였다. 그러나 아쉽게도 릴라드 본인이나 팀이나 이 무대에서 디펜딩 챔프와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덴버와의 사투 끝에 컨파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룬 참이라 만족하는 기분도 없지 않았을테고. 경기 내용은 괜찮았으나결과는 스윕이고, 다시 릴라드에 대한 비난이 고개를 든다. 팬들이야 지금까지의 여정을 쭉 지켜봤으니까 당장 속이 쓰려도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은 그런 것까지 헤아려주지 않는다. 사실 헤아려주길 바라는 게 비현실적이지 않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포틀과 릴라드를 제대로 보는 게 이번 컨파가 처음일테니 '얘네들 뭐함? 어케 올라왔노 xxx아' 같은 반응이 나올 만도 하다ㅋㅋ 좀 억울한 기분이 들지만 어쩌겠나... 강해지는 수밖에. 



- 마이어스가 7년의 존버 끝에 날아올랐다. 망픽-먹튀 테크 타면서 정말 견디기 힘들었을텐데 그걸 극복하고 커리어의 가장 큰 무대에서 화려하게 빛났다. 리스펙한다 정말로. 터너도 자기 능력치 내에서 할만큼 했고. 컨파에서 마이어스와 터너로 클로징 라인업을 꾸리게 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 결국 존버가 답이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릴맥넠 코어를 유지하면서 케미를 다졌기에 올해의 성과를 낸 건 분명한데, 악성계약까지 존버하느라 실링이 우승권 다음 티어로 한정되어서...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의 존버 운영이 갖는 명암이 다 드러난 시즌이 아니었나 싶다.  



- 인터뷰에서 여러번 언급되었듯이, 올시즌은 특별했다. 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그 와중에 정말 우주의 기운이 모여 컨파까지 왔다. 포틀 팔로잉하면서 이맘때까지 농구를 본 적이 없었는데,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현 체제가 앞으로 어떤 결말을 맞든 간에, 올시즌은 오래오래 기억되리라...